흑해여왕
글쓴이 Pontos Axeinos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한 남자가 울먹이면서 걷고 있다.
2018년 11월. 어느 추운 겨울날이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한 밤이다. 천안 두정중학교 앞길에는 가로등 불빛과 몇 명의 보행자, 그리고 편의점이 보인다. 걷는 사람들 중 한 명. 그 중 한 명이 혼자 울먹이며 흐느끼며 걷고 있다. 키가 작은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다. 행색으로 보아서는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고 돌아가는 길인 것 같다. 종량제 봉투를 손에 들고 걸어간다.
“ㅇㅇ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열심히 살았는데, 나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거니?”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면서 얘기하는 듯하지만,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말하고 있다기보다 흐느끼고 있다. 혼잣말로 울고 있다. 어두운 추운 겨울밤에 라면이 든 봉투를 손에 들고 울면서 걷고 있다. 한 남자가.
“그래. 두고 봐. 내가 다 이길거야. 너네가 나한테 하나도 고마워하지 않는데, 내가 그렇게 살 필요없지. 두고봐. 내가 다 이길 거야.”
한참을 울면서 걷던 남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마음을 추스렸는지,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며 걸음걸이를 바로 세웠다. 그러고는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 건물에 들어가 계단을 올라갔다. 무슨 다짐을 한 걸까.
3. 첫 만남 (2) (0) | 2020.06.09 |
---|---|
2. 첫 만남 (1) (0) | 2020.06.07 |
0. 프롤로그 (0) | 2020.06.0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