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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첫 만남 (2)

흑해여왕 (소설)

by Pontos Axeinos 2020. 6. 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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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해여왕

 

글쓴이 Pontos Axeinos

 

3. 첫 만남 (2)

 

 

 

영섭과 하나는 이렇게 모임에서 마주 앉은 채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영섭은 나이키 캡모자를 쓰고 왼쪽 발에 깁스를 한 매력적인 여자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되었다. 선한 눈매에 하얀 피부에 작은 얼굴에 도톰한 입술을 한 인형같이 예쁜 여자였다.

모임을 하는 동안 영섭은 끊임없이 미소를 보내며 눈빛을 주고받으려 애썼다. 하나는 앞에 앉아있는 영섭이 영어를 굉장히 유창하게 한다는 것에 신기해하고 있었다.

‘Scientist 라고…’ 라고 하나는 생각했다. 영섭이 “I’m a scientist.” 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모임 1차를 마치고 2차를 하러 치킨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8명쯤 되는 사람들이 치킨집에 가서 맥주와 치킨을 시키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언어 교환 모임이라 2차는 한국어로 진행해야 하지만 Chris가 한국어를 거의 못 알아듣기 때문에 모임은 계속 영어로 진행되었다.

영섭은 맥주 한 잔을 했고, 하나는 차를 가져왔다면서 맥주를 마시지 않았다. 하나와 같이 온 남자는 수의사라고 했다. 영섭은 이 남자가 조금 신경쓰였다. 이 자리에서 하나는 자기는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의 잔을 채워주고 챙겨주는 상냥한 사람이었다. 안쪽 자리에 앉은 영섭도 하나에게 부탁해 잔을 채우곤 했다. 눈을 마주치려는 의도였다.

일상 이야기, 간단한 농담 등을 주고받으며 모임은 이어졌고, 단체사진도 찍었다. 영섭과 하나가 함께 찍은 첫 사진이었다. 비록 단체사진이지만.

모임에서 대화를 하는 동안 영섭은 하나가 천안이 아닌 평택에 살고 있으며 대학생이고 며칠 전에 생일이 지났다는 것과 미군부대에서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즐겁게 모임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영섭은 모임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살아서 걸어서 집에 갈 생각이었고, 하나는 같이 온 수의사 남자와 세워둔 차 쪽으로 가게 되었다. 영섭은 하나와 좀 더 이야기할 기회를 찾고 싶었지만 하나는 같이 온 남자와 가야하는 것 같이 보였다. 몇몇은 이미 자기 갈 길로 간 뒤 영섭, 하나, 수의사 이 세 명이 흩어지기 전에 잠시 서서 이야기를 더 하게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세요?” 수의사가 영섭에게 물었다.

“아, 저 호주에서 살다 왔어요.” 영섭이 웃으며 대답했다.

“우와, 그래서 그렇게 잘하시는구나.”라고 하나가 말했다.

그렇게 영어, 인종차별, 외국생활 등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이어갔다.

“대학교 어디 나오셨어요?” 수의사가 영섭에게 물었다.

영섭은 웃으면서 “아, 그런 거 물어보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라고 말한 뒤, 더 어색해지기 전에 “카이스트 나왔어요.” 라고 대답했다.

“아, 카이스트 나오셨구나.” 라고 수의사와 하나가 말했다.

좀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각자 갈 길로 흩어져야 할 때가 되어서 인사를 했다.

“참, 생일 축하해요.” 라고 영섭이 하나에게 말했다.

“어머, 감사합니다.” 라고 하나가 대답했다.

천안에 사는 카이스트 출신 과학자 영섭과 평택에 사는 대학생 하나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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