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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여왕 (소설)
3. 첫 만남 (2)
흑해여왕 글쓴이 Pontos Axeinos 3. 첫 만남 (2) 영섭과 하나는 이렇게 모임에서 마주 앉은 채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영섭은 나이키 캡모자를 쓰고 왼쪽 발에 깁스를 한 매력적인 여자에게 첫 눈에 반하게 되었다. 선한 눈매에 하얀 피부에 작은 얼굴에 도톰한 입술을 한 인형같이 예쁜 여자였다. 모임을 하는 동안 영섭은 끊임없이 미소를 보내며 눈빛을 주고받으려 애썼다. 하나는 앞에 앉아있는 영섭이 영어를 굉장히 유창하게 한다는 것에 신기해하고 있었다. ‘Scientist 라고…’ 라고 하나는 생각했다. 영섭이 “I’m a scientist.” 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모임 1차를 마치고 2차를 하러 치킨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8명쯤 되는 사람들이 치킨집에 가서 맥주와 치킨을 시키고 이야기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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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여왕 (소설)
2. 첫 만남 (1)
흑해여왕 글쓴이 Pontos Axeinos 2. 첫 만남 (1) “Pig?” “What?” “Chinese zodiac” “Oh. Yes.” 영어 언어교환 모임에서 있었던 대화이다. 미국인 Chris가 진행하는 이 모임은 천안의 인생책방이라는 카페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에 모이는 모임이다. 2019년 4월 5일 금요일. 영섭은 이 모임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익숙한 모임이었다. 평소처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서 안쪽 자리에 앉아 모임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앉아서 Chris와 함께 일상의 안부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들어왔다. 이 모임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었다. 영섭은 여자에게 바로 눈이 갔다.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한눈에 봐도 어딜 가나 인기가 많을 것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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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여왕 (소설)
1. 두정중
흑해여왕 글쓴이 Pontos Axeinos 1. 두정중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한 남자가 울먹이면서 걷고 있다. 2018년 11월. 어느 추운 겨울날이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한 밤이다. 천안 두정중학교 앞길에는 가로등 불빛과 몇 명의 보행자, 그리고 편의점이 보인다. 걷는 사람들 중 한 명. 그 중 한 명이 혼자 울먹이며 흐느끼며 걷고 있다. 키가 작은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다. 행색으로 보아서는 마트에서 먹거리를 사고 돌아가는 길인 것 같다. 종량제 봉투를 손에 들고 걸어간다. “ㅇㅇ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열심히 살았는데, 나 정말 최선을 다해서 살았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거니?” 누군가의 이름을 말하면서 얘기하는 듯하지만,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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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여왕 (소설)
0. 프롤로그
흑해여왕 글쓴이 Pontos Axeinos 0. 프롤로그 - 타이밍 좋네요. 무슨 뜻일까. 영섭은 한참을 생각했다. - 그래요. 오늘 만나요. 그게 하나가 보낸 카톡이었다. 2019년 12월. 천안. 영섭은 하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영섭: - 하나야,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나 다시 호주 가게 됐어. 이제 곧 떠나. 혹시 오늘 밤에 잠깐 볼래? 하나: - 잘 지내요? - 어머 - 이제 아예 가요? 영섭: - 응 - 아예 가 하나: - 음! 그 뭐지 - 영주권 따러? 영섭: - ㅎㅎㅎ - 그건 이미 있고 - 직장 잡아서 - 가는거야 ^^ 하나: - 아 몰라 오래돼서 기억이 안난다 시민권 신청했었다 하셨나 - ㅋㅋㅋㅋ 영섭: - ㅎㅎㅎㅎㅎ - 오래됐지 하나: - 그 모임 나가요 아직? - 타이밍 좋네요 영..